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기로에 섰습니다. 과거 단기 개발 및 매각 차익 실현에 집중했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모델을 넘어, 이제는 건물을 짓고 끝까지 책임지는 ‘장기 운영 중심의 새로운 부동산 개발 모델’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저성장 시대에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필연적 흐름으로, ‘건설에서 운영으로 부동산 개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바야흐로 ‘단기 개발 탈피 장기 보유 운영 시대 도래’가 현실화되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물결: 단기 개발 ‘탈피’와 그 의미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 방식은 ‘짓고 판다(Build and Sell)’는 단순 명쾌한 공식에 기반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특정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서,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시공, 그리고 최종적으로 분양 또는 통매각을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부동산 시장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빠른 자금 회수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발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다음 프로젝트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 역시 단기 고수익이라는 매력에 이끌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 개발 중심의 모델은 여러 가지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 주체가 건물의 장기적인 가치나 운영 효율성에는 무관심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오직 ‘얼마나 빨리,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가’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면서, 건물의 설계나 마감재, 설비 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결국 건물의 수명 단축,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최종 사용자나 운영 주체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미분양이나 자산 가치 하락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취약성도 드러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거나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PFV 모델의 리스크가 급격히 부각되며, 이는 곧바로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시장은 이러한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익 창출 방식의 변화를 넘어, 부동산을 일회성 상품이 아닌 장기적인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식하는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장기 운영’ 모델의 부상: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의 시작
단기 매각 모델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장기 운영(Build to Operate)’ 모델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개발사가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 즉 기획 및 건설 단계를 넘어 완공 이후의 운영까지 직접 책임지며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일회성 매각 차익이 아닌, 안정적인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을 통해 지속가능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개발사는 더 이상 단순한 시공사가 아니라, 자산의 가치를 꾸준히 관리하고 증대시키는 ‘종합 부동산 서비스 프로바이더’이자 ‘자산 운용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장기 운영’ 모델은 개발사, 임차인, 그리고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개발사 입장: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집니다. 예측 가능한 임대 수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를 도입하거나, 입주사의 만족도를 높이는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는 등 초기 투자비가 더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결국 개발사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 임차인(사용자) 입장: 훨씬 더 높은 품질의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가 직접 운영 주체가 됨으로써 건물의 유지보수 및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소프트웨어적인 서비스와 결합된 우수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져 임차인의 만족도와 장기 계약 유지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 시장 전체 입장: 공급되는 부동산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고, 전문적인 임대 및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단기 투기 수요가 아닌 장기적인 가치 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 운영’ 모델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 그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이는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과제와 전망
건설에서 운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주체의 역량 강화와 인식 전환입니다. 기존의 개발사들은 시공 및 분양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 운영 모델은 임대 마케팅, 자산관리(PM), 시설관리(FM), 그리고 입주사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개발사 내부에 전문 운영 조직을 신설하거나, 외부 전문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금융 조달 방식의 변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단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주의 금융 구조는 장기적인 자금 투입과 회수가 특징인 운영 모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운영 수익을 담보로 한 장기 담보대출, 리츠(REITs)나 부동산 펀드와 같은 지분 투자 유치 등 보다 다각화되고 장기적인 관점의 금융 솔루션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장기 보유·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장기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금융 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라야 민간 개발사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승자는 단순히 건물을 잘 짓는 회사가 아니라, 기획-개발-시공-운영에 이르는 부동산의 전체 밸류체인을 아우르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종합 부동산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누가 먼저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결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장
부동산 개발 시장은 ‘짓고 빠지는’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짓고 끝까지 운영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개발사에게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사용자에게는 더 높은 품질의 공간과 서비스를, 시장 전체에는 성숙과 안정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물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전문성 확보, 금융 구조 개선, 정책적 지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부동산의 가치는 단순히 물리적 건물을 넘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운영과 서비스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은 이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장기 보유 및 운영 모델의 확산은 우리 부동산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건강한 성장통이자, 미래를 향한 필연적인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