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원의 깊은 한숨은 멈춰버린 우리 조직의 인사 시계를 대변합니다. 십수 년 묵은 인사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경직성은 미래 인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되었으며, 낡은 틀에 갇힌 인재 평가와 보상 방식은 결국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낡은 ‘평가’의 덫: 공정성을 잃어버린 보상 시스템
“더 나은 인력을 확보하고, 제대로 평가·보상할 방안”을 묻는 현장의 목소리에 인사는 왜 십수 년 전의 낡은 규정집만 되풀이하는가. 이 질문의 핵심에는 시대착오적인 ‘평가’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 설계된 상대평가 기반의 인사고과는 개인의 절대적인 성과나 역량 성장보다는 조직 내 서열과 연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는 개인의 탁월한 기여가 조직 내 정해진 비율에 갇혀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을 낳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기반으로 협업하며 빠른 성과 창출을 요구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러한 낡은 평가 방식은 치명적입니다. 연말에 한 번 이뤄지는 평가는 지속적인 피드백과 코칭을 통한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에게 형식적인 연례행사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그 결과, 뛰어난 성과를 낸 핵심 인재는 자신의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박탈감에 이직을 결심하고, 평범한 성과를 낸 직원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듭니다. 결국, 임원의 한숨은 단순히 유능한 인재를 놓치는 아쉬움을 넘어, 조직 전체의 활력과 경쟁력을 갉아먹는 보상 시스템의 근본적인 실패를 목도하는 탄식인 셈입니다.
변화 가로막는 ‘구조적’ 경직성: 멈춰버린 혁신의 시계
인사 제도의 변화가 더딘 근본적인 이유는 시스템의 ‘구조적’ 경직성에 있습니다. 십수 년간 큰 수정 없이 유지되어 온 인사 규정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 조직의 문화와 권력 구조의 일부로 깊숙이 뿌리내렸습니다. 새로운 평가·보상 체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기존의 안정성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기 일쑤이며, 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혼란과 공정성 시비를 우려하는 경영진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혁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인사 부서가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기존 규정을 수호하는 관리자 역할에 머무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들은 현업의 절박한 요구에 귀 기울이기보다, 복잡하게 얽힌 규정과 지침의 예외를 만들지 않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낡은 지도에 의존해 새로운 대륙을 탐험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시장 환경과 인재의 특성은 급변하고 있지만, 조직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담긴 지도만을 고집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동력을 상실합니다. 결국 ‘원래 그랬다’는 관성은 조직의 혁신 시계를 멈춰 세우고, 미래를 향한 변화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미래 인재와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 과거의 유산
낡은 인사 제도는 단순히 내부 구성원의 불만을 야기하는 것을 넘어, 조직의 미래 ‘성장’ 동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공정한 과정과 투명한 보상, 그리고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및 Z세대 핵심 인재들은 이러한 경직된 조직 문화를 견디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과 불분명한 기준의 보상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우수 인재의 영입 실패와 높은 이직률로 직결되며,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인재 풀을 황폐화시킵니다.
더 큰 문제는 조직 내부의 성장 잠재력마저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정해진 틀 안에서의 안정적인 성과만을 인정하는 평가 시스템 아래에서는 누구도 과감한 도전에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혁신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며 평가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화가 만연한 조직은 시장의 변화에 둔감해지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십수 년 묵은 인사 제도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게 만드는 ‘유산’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조직의 발걸음을 붙잡는 ‘족쇄’일 뿐입니다.
결론: 낡은 시계를 부수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장착할 때
임원의 한숨으로 대변되는 낡은 인사 제도의 문제는 더 이상 일부의 불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조직의 생존 과제입니다.
- 공정성을 잃은 평가와 보상: 핵심 인재의 동기를 저하하고 이탈을 가속화합니다.
- 구조적 경직성: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내부의 적입니다.
- 성장 동력 상실: 미래 인재의 유입을 막고 조직의 도태를 초래합니다.
이제는 기존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땜질식 처방’을 넘어, 인사 철학의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연공서열이 아닌 기여도와 역량에 기반한 투명한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연례행사식 평가를 상시적인 성과 관리와 코칭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조직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습니다. 멈춰버린 인사 시계를 과감히 부수고, 인재와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기 위한 리더십의 결단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