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산업경기 긍정 전망 속 철강 석유화학 부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PSI)’ 결과, 12월 종합 경기 전망 지수가 110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제조업 전반에 걸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지만, 일부 주력 산업에서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는 12월 산업경기 긍정 전망 속 철강 석유화학 부진이라는 상반된 흐름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시장을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 신호: PSI 110의 의미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110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산업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초과하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가 더 많다는 의미이며, 200에 가까울수록 긍정의 강도가 세짐을 나타냅니다.
이번 110이라는 수치는 2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한 것으로,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 산업과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 업종의 회복세가 전체적인 전망을 밝게 이끌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급증하며 업황 개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다운사이클을 끝내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이는 전후방 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친환경차 및 고사양 SUV 모델의 글로벌 판매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수주 잔고가 넉넉한 조선업계 또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경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부 첨단 및 주력 수출 산업의 뚜렷한 회복세가 다른 산업의 부진을 상쇄하며 전체 PSI 지수를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내수와 수출 전망 지수 모두 기준치를 상회한 점도 긍정적입니다.
이는 고금리,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점진적인 소비 심리 회복과 글로벌 교역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철강’ 산업의 이중고

전체적인 긍정 기류와는 달리, 철강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도 철강 분야는 기준치를 하회하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철강 산업이 겪는 어려움은 복합적이지만, 핵심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인 이중고에 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치명적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미분양 주택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신규 착공이 줄어들면서 철근 등 건설용 강재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또한, 자동차를 제외한 전방산업의 회복이 더뎌 철강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저가 철강재가 대거 해외로 밀려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국내 철강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철강 산업은 다음과 같은 악순환에 갇혀 있습니다.

  • 전방산업 수요 감소: 건설, 기계 등 주요 수요처의 경기 침체로 판매량 감소
  •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발 저가 제품 유입으로 인한 판가 하락 압력 가중
  • 원가 부담: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원가 관리의 어려움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철강 산업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석유화학, 끝나지 않는 ‘부진’의 터널: 원인과 전망

철강과 함께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석유화학 역시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은 ‘공급 구조의 재편’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서 기인합니다.
과거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대규모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인 것을 넘어, 이제는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것이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장 큰 시장이 경쟁자로 돌변했음을 의미하며, 아시아 역내 공급 과잉을 심화시켜 제품 가격(스프레드) 하락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고유가 기조는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제품은 원유를 정제한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 규제 등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강화 기조 역시 장기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친환경 소재 개발 등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라는 구조적 변화, 고유가에 따른 원가 부담, 글로벌 수요 위축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부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양극화된 경기, 산업별 맞춤 전략 시급

산업연구원의 12월 PSI 조사는 한국 산업이 ‘양극화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기술과 수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전체 경기를 견인하고 있지만,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장치산업은 구조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간의 명암 교차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향후 경제 동향을 주시할 때, 전체적인 거시 지표뿐만 아니라 각 산업별로 처한 고유한 환경과 구조적 문제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회복세에 있는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구조적 어려움에 처한 산업이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과감한 혁신 전략을 추진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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